Daily Hong Kong

2009년 1월 5일 월요일

Century 21를 비롯한 여러 업소에서 전화가 끊임없이 와서 전화기는 꺼놓은지 오래다.
구입하려는 매물에 침을 묻힌지 2개월째. 입에 넣기만 하면 되는데… 계속 망설여졌다.

오후 6시 땡. 전화를 켜자마자 전화오는 Agent A.
"집주인이 쫌메아님께서 원하시는 가격에 매도하겠답니다. 지금 집주인께서 바로 제 앞에 기다리고 계신데 언제 쯤 오실 수 있나요?"
Agent A와 통화중 갑자기 다른 전화번호가 찍힌다.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전화왔습니다." "여보세요?"
"네 Agent B입니다. 안녕하세요, 쫌메아님, 축하드립니다. 집주인이 쫌메아님의 오퍼를 받아들이겠답니다. 참 힘드신 결정하신겁니다. 지금 집주인께서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계신데 어서 오십시오".
난 고개를 갸우뚱거리다 우물쭈물거리는 특유의 목소리로 말했다.
"아.. 잠시만요.. 지금 전화 통화중입니다. 제가 바로 이 전화번호로 전화 드리겠습니다."
이상했다. 이 사람들 구라치나. 기분이 살짝 나빠졌다. 대기중이던 전화 받아 들고 지금 바쁘니 전화드리겠다고 하고 끊는다.

다시 전화기를 끈다. North Point를 향한 18번 버스에 올라타고 눈을 감는다. 종점까지 아무생각말고 가자. 잠이 오지 않는다. 아니야...어짜피 사야할 거라면 부딛히자. 이 딜 또 놓칠 수 없다.

Agent A와 B에게 열받은 목소리로 전화하며 떠본다.
"여보세요. 제가 다른 Agent에게 전화를 받았는데 그분도 매도인이 앞에서 기다린다고 하고 님도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입니까?"
"아 죄송합니다. 제가 그분 렌트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저를 전적으로 믿고 있는 분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 드린겁니다."
"기분이 나쁘군요. 거래 못할 것 같습니다. 나중에 전화 드리겠습니다. 끊겠습니다."
 
전화가 또 울린다.

"안녕하세요, Century 21의 매니저 Chris입니다. 저희 직원이 말실수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왜 쫌메아님께서 이 계약을 저희와 해야 하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의 중개 시스템 및 데이타베이스의 양은 일반 자영업규모의 부동산 업체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제가 쫌메아님에게 설명드리는 영어의 수준을 보십시오. 다른 중개사무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쫌메아님께서 얼마나 오래 홍콩에 머무르실지 모르지만, 이 딜 책임지고 잘 처리하겠습니다. 지금 제 사무실로 오시면 차로 지금 기다리고 있는 매도인쪽으로 모셔드리겠습니다."
"흠, 그래요? 좋습니다. 시원하시군요. 있다가 뵙겠습니다."

계속 다른 중개업자의 전화가 울린다. 중개사무실들이 줄줄이 보이는 길가.. 그 아줌마가 길가에 나와서 전화하고 있다. 일부러 빙 돌아 Century 21로 들어간다. 계속 전화가 울린다. 계속 쌩까다가는 안될 것 같아 오만 인상을 속으로 쓰며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할 겨를 없이 쏘아 붙이는 그녀,
"쫌메아님, 그러는게 아닙니다. 매도인이 전화해보니 Century21쪽에서 사람이 온다고 했다는데요. 저희가 이것 잘 해드릴려고 얼마나 노력한줄 아세요? 지금 장난하시는겁니까?"
"미안합니다. 하지만 기분이 너무 나빴습니다. 그리고 사실 그 집은 Century21쪽에서 먼저 소개를 시켜줬습니다, 집 보여주고 사인을 받는 서류를 확인해드릴가요? 죄송합니다만, 지금 집주인을 만나러가니 전화 끊겠습니다."
"X@%##$((@#)#$$*#"

Century 21사무실 앞에 무테 안경을 낀 땅딸막한 30대 중후반정도의 남자가 나의 김치냄새 아우라를 느꼈는지 바로 알아보고 "쫌메아님!" 부른다.
"쫌메아님, Chris입니다. 기다렸습니다. 어서 타시지요."
세차를 한지 좀 되어 보이는 은색 S500 벤츠. 조수석쪽이라고 생각되는 쪽으로 크리스와 동시에 걸어가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아차, 홍콩이지.

아무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짜피 칼은 뽑혔다.

"쫌메아님, 집주인이 나올테니 우리 저기 앞의 차찬탱에서 차한잔 하며 기다립시다. 뭐좀 드시겠어요?"

너무 긴장이 되어 저녁 먹을 시간인데도 밥맛은 하나도 없었다.

"이렝차(레몬티)요"

똥렝차(아이스레몬티)만 마시던 내가 이렝차를 주문했다. 평소와는 다르게 주먹을 쥔 손이 너무 차가왔다.

담배를 레스토랑에서 더이상 피울 수 없어 밖에 나와 피니 Chris가 따라 나온다. 내가 도망가려는 줄 아나.. 감시하는 눈초리다. 아니.. 이 소중한 먹잇감을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다는 눈빛... 지금 생각해보니 그 눈빛이었다.

자리로 돌아와 차를 홀짝이는데 갑자기Chris가 벌떡 일어난다.
나도 따라 일어난다. 서글 서글하게 생긴 50대 아저씨와 부인, 딸 아들... 한 가족이 나왔다. Chirs가 차를 주문한다. 아, 집주인이구나. 다행이 아저씨가 영어를 한다. 서로 간단한 소개 후 가진 Ice breaking session.. 홍콩 남자들은 다들 참 인물들이 좋다.

"쫌메아님, 이게 우리 아들에게 사준건데, 뭐 좀 다른거 해보려고 파는거예요. 그래 얼마를 오퍼하시는거예요?"
뜨아! 이게 무슨 말?
"Chris! 너 집주인이 내 조건에 오케이 하기로 했다면서 지금 뭐냐!"

갑자기 정적. 찰나를 깨는 광동어. 크리스. 집주인 가족과 나 가운데 껴서 마치 정말 로봇처럼 고개를 이쪽 저쪽으로 빙글 빙글 돌리며 이야기한다.
"아니에요. 내가 산 가격 이하로는 절대 못팔아요. 몇년이 지났는데 손해보면서 팔 수는 없단말입니다."

갑자기 내가 미친것이었나, 신이 들렸나. 여기서부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신이 내려서였나 배가 너무 고파서 그랬나...너무 긴장을 해서 였을게다..네고 스킬 빵점..
"올롸잇. 그럼 xxxxxx 오케이?"
"즐"
"흠... 그럼 xxxxx 오케이?"
집주인은 팔짱을 낀채 크리스와 중국어로 이야기한다.
또 이어지는 침묵.
"오 디어... 오케이. xxxxxx오케이?"
또...이어지는 침묵.

갑자기 집주인의 안사람인 듯. 집주인 옆구리를 푹 찌른다. 그러자 온가족의 시선이 집주인에게 집중.
"오케이!"

갑자기 크리스가 벌떡 일어난다. 매수 매도인보다 더 즐거운 표정이다.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결혼 주례인이 신랑 신부를 바라보는 눈으로 우리를 쳐다본다..
가방에서 Provisional S&P 용지 하나를 꺼내 들더니 너무나 익숙한 솜씨로 좌르륵 적는다. 기본적인 사항적고 중국어로 한번 설명, 영어로 한번 설명.
"X일까지 오늘 집주인에게 지불하시는 계약금을 제외한 30프로, 몇일까지 70프로를 내주셔야 합니다. 또한 에이전트비는 양쪽에서 1%씩 X일까지 입금해주십시오. 자, 그럼 이제 이곳에 사인좀 해주시겠어요?"
"오케이"

드디어 내 집이 생기는구나. 갑자기 영화 레옹 마지막 씬에서 주인공 마틸다가 레옹이 항상 화분에 지니고 다니던 화초를 보호소 정원에 심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래 드디어.. 나도 ㅅㅂ...

눈물도 아니고 희열도 아닌 이상 야리꾸리한 느낌에 온몸이 저려온다.
 
...중략
S&P Contract

오늘 카페에 부동산 구입관련 질문글이 있어 답글을 달던중 추억을 정리할 요량으로 글을 적는다.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
쫌메아의 홍콩 아파트 구입기 [1/6] 프롤로그
쫌메아의 홍콩 아파트 구입기 [2/6] 렌트 or 구입?
쫌메아의 홍콩 아파트 구입기 [3/6] 위치선정 후 쇼핑하기
쫌메아의 홍콩 아파트 구입기 [4/6] 계약하기
쫌메아의 홍콩 아파트 구입기 [5/6] 모기지 신청하기
쫌메아의 홍콩 아파트 구입기 [6/6] 에필로그

부록
쫌메아의 홍콩 아파트 세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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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쫌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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